디자인은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빛과 감정, 그리고 감각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다.
이 철학을 가장 아름답게 구현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이 바로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Patricia Urquiola)입니다.
그녀는 구조와 소재, 그리고 인간의 경험을 연결하며, 가구를 '빛과 감정의 매개체'로 승화시켰습니다.
그 대표작이 바로 Glas Italia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Shimmer Table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유리로 만든 테이블이 아니라, 빛 자체를 디자인한 하나의 예술적 오브제라 할 수 있습니다.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는 1961년 스페인 오비에도(Oviedo)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마드리드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밀라노 공과대학(Politecnico di Milano)으로 건너가 디자인의 거장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 아래에서 수학했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늘 '기능과 감정의 접점'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즉, 구조적으로 완벽한 물건 안에 인간적인 따뜻함을 심어 넣는 작업을 추구했습니다.
그녀는 1990년대 후반, 모루소(Moroso), 비앤비 이탈리아(B&B Italia), 까시나(Cassina) 등 세계적 브랜드와 협업하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자연스러움 속의 실험'이라는 컨셉으로, 여성 디자이너 특유의 섬세함과 건축가다운 구조적 사고를 결합했습니다. 그녀의 디자인은 직선보다 곡선을, 단단함보다 유연함을, 그리고 '완벽함보다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탐구합니다.
우르키올라의 디자인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사람과 사물이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만드는 일이다.'
Glas Italia의 협업
우르키올라는 2010년 초반에 Glas Italia 와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Glas Italia는 1970년대 이탈리아 북부 브리안차(Brianza) 지역에서 설립된 프리미엄 유리 가구 브랜드입니다. 그들은 건축용 유리를 가구에 적용한 선구적 기업으로, 투명함·반사·굴절이라는 물리적 성질을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해 왔습니다. Glas Italia의 작품은 "유리가 가진 시각적 경이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작업과 첨단 공정을 병행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녀는 Glas Italia의 기술적 강점인 "다층 반사 유리(Laminated Reflective Glass)"를 활용해 빛이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가구를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Shimmer Collection이 첫 공개되었고, 전 세계 디자인 미디어로부터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테이블, 콘솔, 커피 테이블, 선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동일한 반사 유리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협업의 독창성은 '유리를 장식이 아닌 주체로 만든 것'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구에서 유리는 투명한 표면으로만 쓰이지만, 우르키올라는 유리를 통해 공간 그 자체를 재구성했습니다. 빛이 닿을 때마다 색이 변화하고, 주변 환경을 반사하면서 시간에 따라 다른 감정을 만들어냈습니다. 즉, Shimmer Table은 '가구'가 아니라 '빛의 조각'으로 해석됩니다.

Shimmer Table
Shimmer Table의 상판과 다리는 모두 강화유리로 만들어졌으며, 각 면에는 이리데슨트(iridescent) 코팅이 입혀져 있습니다. 이 코팅은 빛의 파장에 따라 표면의 색이 미묘하게 변화하며, 마치 오팔이나 비눗방울처럼 다채로운 색을 반사합니다. 빛이 수평으로 들어올 때, Shimmer Table은 핑크, 블루, 옐로, 그린의 그러데이션으로 변하며 공간 전체를 물결처럼 물들입니다. 우르키올라는 이 효과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나는 색을 만들지 않았다. 단지 빛에게 공간을 맡겼을 뿐이다."
이 문장은 그녀가 '형태보다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테이블의 구조는 매우 간결합니다. 평면적인 상판과 기울어진 사다리꼴 다리 4개로 이루어진 구조지만, 이 단순함 속에 정교한 광학 설계가 숨어 있습니다. 각 다리의 각도는 빛의 입사각에 따라 반사 색이 달라지도록 계산되어 있으며, 그 덕분에 테이블은 보는 위치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Glas Italia는 이 작품의 제작을 위해 두께 10mm의 강화유리를 3중 적층하고, 각 층 사이에 특수 광필름을 삽입했습니다. 이 필름이 빛의 스펙트럼을 분산시켜 다채로운 색을 만들어내며, 표면은 레이저 절단과 수공 연마를 거쳐 완벽한 투명도를 유지합니다. 제작 과정은 기계적 정밀함과 장인정신의 결합이며, ‘산업 기술이 예술로 변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르키올라의 Shimmer Table은 단순히 아름다운 오브제가 아닙라 그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시각화한 실험입니다. 우리는 빛을 볼 수 없지만, 이 테이블은 그 빛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느끼게' 만듭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빛과 인간의 인지적 관계를 탐구한 철학적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디자인이 인간의 감각을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테이블은 시간대에 따라, 조명에 따라,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완전히 다른 표정을 짓습니다. 아침의 햇살 아래서는 부드러운 파스텔빛, 밤의 조명 아래서는 깊고 신비로운 스펙트럼으로 변하죠. 결국 이 작품은 '정적인 물건이 아닌, 살아있는 경험'입니다.
현재 Shimmer Table은 밀라노 트리엔날레(Triennale di Milano)와 뉴욕 MoMA Design Store 등에서 전시 및 판매되고 있으며, 현대 유리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또한, Glas Italia는 이후 이 시리즈를 확장하여 Shimmer Console, Shimmer Mirror 등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 모든 제품들은 빛과 반사를 통해 공간을 재구성하는 작품들입니다.
우르키올라는 이 테이블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디자인은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그녀의 손끝에서 유리는 투명한 벽이 아니라,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Shimmer Table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빛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단지 당신이 그 빛을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물건이 아니라, 감각을 만든다. 그 감각이 결국 인간의 마음을 바꾼다고 믿는다."
-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Patricia Urquiol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