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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성과 리사이클 소재의 진화, 대표 브랜드

by usunnyday 2025. 11. 11.

디자인의 역사는 언제나 '인간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범위는 인간을 넘어 지구를 위한 디자인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가구 산업에서도 이런 변화의 흐름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Sustainable Design)'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브랜드들은 소재,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서 환경과 공존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가구 디자인의 본질을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지속 가능성

20세기 디자인이 "기능과 형태"의 관계를 탐구했다면, 21세기의 디자인은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이제 좋은 디자인의 기준은 미적 완성도나 사용 편의성을 넘어, 그 제품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 안에서 존재할 수 있는가로 평가됩니다. 가구 산업은 오랜 기간 동안 목재, 가죽, 금속 등 자연 자원을 대량 소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개념이 디자인의 핵심 가치로 떠올랐습니다. 이는 한 번 사용된 자원을 다시 순환시키는 시스템, 폐기물 자체를 새로운 디자인의 원료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입니다.

 

제품은 더 이상 단순히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대상이 아니라, 태어나고, 사용되고, 다시 사라지는 생명체와도 같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아름다운 형태 이전에 그 제품이 환경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를 질문합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시작점은 바로 "디자인에 대한 책임"입니다. 즉, 제품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폐기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전 과정을 고려한 설계가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이제 디자이너는 '조형의 미학자'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축가'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의 Eco Design Directive나 국제표준화기구(ISO)의 ISO 14006 환경경영디자인 규격 등에서도 디자인 단계에서의 환경 책임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즉, 지속 가능성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아니라, 국제적 기준과 산업 구조의 필수 요소가 된 것입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자연을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미학적 질서'를 만드는 행위입니다. 형태, 재료, 기능의 삼요소에 "환경적 지속성"이 더해진 제4의 디자인 가치가 등장한 것입니다. 


리사이클 소재의 진화

지속 가능한 가구 디자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리사이클 소재의 진화입니다. 과거에는 재활용 소재가 '저가형 대체품'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프리미엄 친환경 소재'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리사이클 플라스틱(Recycled Plastic)은 가장 널리 활용되는 친환경 소재입니다. 해양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이나 PET병을 분쇄·압축해 의자나 테이블 표면으로 가공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플라스틱은 더 이상 오염의 상징이 아니라 디자인의 재료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또 다른 혁신은 재생 목재(Reclaimed Wood)입니다. 건물 해체, 폐가구, 선박 등에서 회수된 목재를 가공하여 자연스러운 질감과 빈티지한 아름다움을 살리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북유럽 브랜드들은 오래된 자재의 표면 흔적을 그대로 살려 '시간이 새겨진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Bio-Plastic)도 등장했습니다. 이 소재는 옥수수, 사탕수수, 식물성 오일 등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을 원료로 하며, 화학적 플라스틱보다 탄소 배출이 현저히 낮습니다.

 

이런 소재는 카르텔(Kartell)이나 비트라(Vitra) 같은 브랜드가 선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 브랜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브랜드 철학의 차원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속 가능성'이 어떻게 실제 경영과 디자인 전략으로 이어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Kartell(카르텔)
카르텔은 플라스틱 가구의 상징이지만, 최근에는 Bio Plastic Collection을 선보이며 식물성 원료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가구' 시대를 열었습니다. Louis Ghost Chair, Componibili 등 기존 베스트셀러를 지속 가능한 소재로 재생산하며 디자인 유산을 친환경적으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Vitra(비트라)
비트라는 '지속 가능한 유산'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생산 공정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Eames Plastic Chair는 2024년부터 100% 리사이클 가능한 폴리프로필렌으로 생산되며, 포장재까지 생분해성 소재로 전환되었습니다.

 

IKEA(이케아)
이케아는 대중적인 친환경 트렌드를 주도하는 브랜드입니다.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재활용·재생 가능한 소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폐플라스틱 바다 쓰레기, FSC 인증 목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Buy Back' 프로그램을 통해 중고 가구를 회수·재판매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Emeco(에메코)
1944년 미국 해군용 알루미늄 의자로 출발한 Emeco는 '쓰레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브랜드'로 변모했습니다. 그들의 대표작 111 Navy Chair는 버려진 콜라병 111개를 재활용해 만든 의자로, 하나의 제품이 곧 환경 메시지가 되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지속 가능한 소재로 제작된 111 Navy Chair 이미지

 

Herman Miller(허먼 밀러)
미국 모던 오피스 가구의 대표 브랜드 허먼 밀러는 '지속 가능한 인체공학 디자인'으로 불립니다. 그들의 Aeron Chair는 이미 1990년대부터 재활용 알루미늄과 폴리머 소재를 사용했고, 최근에는 Ocean Bound Plastic 프로그램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기 전의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매년 약 150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 대신 가구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Muuto(무토)
덴마크의 컨템포러리 디자인 브랜드 무토는 '뉴 노르딕 디자인(New Nordic Design)'의 핵심 철학으로 지속 가능성을 채택했습니다. 모든 가구는 FSC 인증 목재, 수성 페인트, 저탄소 생산 공정을 통해 제작되며, 디자인부터 폐기까지 제품 생애주기를 전 과정에서 관리합니다. 그들의 대표작 Fiber Chair는 100% 재활용 가능한 바이오 복합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Gubi(구비)
덴마크의 럭셔리 가구 브랜드 구비는 '재발견(Re-edition)'이라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실천합니다. 1950~70년대의 명작 디자인을 현대적 소재로 복원하면서, 새로운 생산 대신 기존 디자인 유산의 재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컨대, 마테오 그라시의 Beetle Chair 시리즈는 내구성 높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어 클래식한 형태 속에 지속 가능한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제 디자인의 미학은 단순히 '형태의 아름다움'을 넘어 '지속되는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좋은 가구는 더 오래 쓰일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그 자체가 환경을 해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존재해야 합니다.

리사이클 소재, 에코 생산, 탄소 절감이라는 개념은 이제 디자인의 '옵션'이 아니라 '기준'이 되었습니다.

가구 브랜드들이 소재의 순환과 생명 주기를 디자인의 일부로 끌어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가구 디자인은 단순히 편안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의 형태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결국, 인간이 남기는 가장 아름다운 흔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