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기능을 넘어서 분위기와 감정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조명의 온도와 방향, 밝기와 그림자에 따라 같은 공간도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됩니다.
이 감성적 매체를 가장 예술적으로 다루는 브랜드가 바로 Flos(플로스)입니다.
Flos
1960년대 이탈리아는 산업디자인과 예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대였습니다. 가구와 조명, 인테리어 전반에서 새로운 시도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고 플로스는 그 중심에서 Achille Castiglioni와 Pier Giacomo Castiglioni 같은 전설적인 디자이너와 함께 출발했습니다. 이들은 조명을 "가구의 부속품"이 아니라 공간을 정의하는 독립적인 오브제로 바라보았습니다.
1962년 이탈리아 메라노에서 탄생한 Flos (플로스)는 "조명은 산업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적 조형이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단순히 전구를 감싸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빛이 퍼지는 방식, 그림자가 맺히는 지점, 사용자가 조명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까지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Flos (플로스)는 조명 디자인의 역사를 새롭게 정의한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Flos (플로스)는 미국에서 개발된 신소재 코쿤(Cocoon) 수지 섬유 기술을 조명에 최초로 적용했습니다. 금속 프레임 위에 섬유 재질을 분사한 뒤 코팅을 입혀 만드는 방식으로, 내부의 광원이 직접 보이지 않고 표면 전체에서 은은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이 기술로 제작된 Viscontea, Taraxacum, Gatto 같은 작품들은 마치 구름이나 안개를 형상화한 조명처럼 보이며 공간에 부드러운 확산광을 더해 주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실험적인 조합이었지만 이 과감한 시도가 플로스를 단숨에 "빛을 실험하는 브랜드"로 각인시켰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조명은 천장에 달린 직부등이나 단순한 스탠드 조명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플로스는 조명을 단순한 '밝기'의 도구가 아닌 '감각'의 매개체로 바라보며 다음 질문을 던졌습니다.
"빛은 공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이 질문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정했고 플로스는 조명을 감각적·조형적 매체로 바라보는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광원의 위치를 옮기고 빛의 각도를 비틀고 반사와 그림자를 활용해 공간에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부여하는 방식이 바로 플로스의 디자인 언어였습니다.
Flos의 조명은 켜질 때와 꺼질 때 모습 모두가 다릅니다. 전원이 꺼져 있을 때는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보이고 불이 켜지면 그 형태를 따라 빛이 흐르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빛 자체가 조형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자, 반사, 확산 등 빛의 물리적·감성적 움직임을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 삼고 조명을 켰을 때 벽에 생기는 반사광까지 계산해 형태를 다듬습니다.
예술적 감성과 엔지니어링 기술을 동시에 갖춘 브랜드가 Flos입니다. 대표 제품만 보아도 그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아이코닉 조명
플로스는 매 시대마다 새로운 명작을 탄생시키며 조명의 트렌드를 이끌어 왔습니다. 1960년대에는 Arco, Snoopy, Viscontea로 산업디자인과 예술의 결합을 보여주었고 1970년대에는 Taraxacum으로 조명의 조형적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1990년대에는 Jasper Morrison의 Glo-Ball 시리즈로 '슈퍼 노멀'한 미니멀 조명을 선보였고 2010년대 이후에는 Michael Anastassiades의 IC Light, String Light로 새로운 균형미와 긴장감을 제시했습니다. 최근에는 Patricia Urquiola의 Almendra 같은 작품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조형미를 동시에 탐구하고 있습니다.

플로스가 탄생시킨 아이코닉 조명의 디자인 특징을 아래 글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Arco Lamp는 카라라 대리석과 길게 뻗은 스틸 아치의 균형이 멋스러운 플로어 조명입니다. 사용자는 소파 옆이나 식탁 옆에 베이스를 두고 빛이 필요한 위치로 램프 헤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플로어 조명 중 하나로 "조명 디자인의 교과서"라 불리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65kg이 넘는 대리석 블록과 길게 뻗은 스틸 아치 구조가 조화를 이루는 조명입니다. 무게중심 계산과 구조 설계가 매우 정교하게 이루어졌습니다.
Snoopy Lamp는 귀여운 외형 뒤에 섬세한 균형과 기능이 숨어 있는 조명입니다. 헤드 부분의 무게, 대리석 베이스의 크기, 스위치 위치까지 모두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해 설계되었습니다. 장난스러운 실루엣과는 달리 빛은 상당히 집중되어 책상이나 사이드 테이블 위에 두고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그래서 미니멀 조명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유리 돔과 대리석 베이스의 감각적인 조합이 돋보입니다. 상부의 불투명한 돔이 빛을 아래로 집중시키고 하부 대리석 베이스가 안정감을 주어 책상 위 작업등으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Jasper Morrison의 Glo-Ball은 이름 그대로 '빛나는 공'이라는 콘셉트를 가장 순수하게 구현한 작품입니다. 장식적인 요소를 모두 덜어내고 둥근 형태와 균일한 빛만 남겼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의 인테리어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천장형, 벽등, 플로어형, 테이블형 등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되며 전 세계 호텔과 주거 공간에서 "공간의 기본 조명"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섬세한 난광을 위한 블로운 글라스 제작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얇지만 균일한 두께의 유리 글로브를 여러 겹 가공해 전구가 직접 보이지 않도록 처리했고 전체 표면에서 고르게 빛이 퍼지도록 설계했습니다.
Michael Anastassiades의 IC Light와 String Light는 플로스의 현대적인 얼굴을 대표하는 조명입니다. IC Light는 무중력 같은 조형미로 유명한데 마치 공이 막 굴러가기 직전 순간을 멈춰 놓은 듯한 긴장감을 보여줍니다. String Light는 전선 자체를 선으로 활용해 공간에 새로운 그래픽을 그려 넣는 조명으로 설치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SNS에서 가장 바이럴 되는 플로스 조명으로 자리 잡았고 플로스를 다시 한번 젊은 세대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금속봉 끝에 유리 구를 얹는 고난도 균형 설계를 보여줍니다.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한 구조지만 실제로는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유리 구 안에서 퍼지는 부드러운 빛이 주변에 둥근 오라처럼 번져 나옵니다.
여전한 명성
Flos는 60년 넘게 사랑받아온 브랜드이지만 여전한 명성으로 오늘날에도 조명 시장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습니다. 단순히 과거의 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판매량을 이어가는 브랜드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구조적인 강점과 더불어 다른 명품 조명 브랜드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정체성 덕분입니다.
첫째, 플로스는 유행을 타지 않는 조형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Arco Lamp의 길게 뻗은 아치, IC Light의 균형 구조, Glo-Ball의 순수한 구(球) 형태 등은 특정 시대의 취향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이런 기본 조형 원리는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기 때문에 중고시장에서도 수요가 꾸준하고 인테리어 트렌드가 바뀌어도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둘째, Flos는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조형미를 갖고 있습니다. IC Light는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미세한 무게배분이 필요하며 Glo-Ball은 블로운 글라스의 균일한 두께가 확산광 품질을 결정합니다. Arco는 65kg 대리석 베이스와 길게 뻗은 철제 아치 사이에서 정확한 무게중심을 맞춰야만 형태가 성립합니다. 이런 정교한 기계적 완성도 덕분에 Flos 제품은 "흉내 낼 수 없고 대체 불가능한 디자인"으로 평가받습니다.
셋째, 플로스는 SNS 시대에 가장 적합한 조명을 만든다는 점에서 시각적 존재감이 강력합니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에서 "모던 인테리어"를 검색하면 IC Light, Arco, Snoopy가 쉽게 발견됩니다. 조명의 위치, 곡선, 광원의 형태가 사진 속 장면을 극적으로 완성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Flos는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스펙트럼이 압도적입니다. Michael Anastassiades, Jasper Morrison, Philippe Starck, Patricia Urquiola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Flos를 통해 대표작을 발표했습니다. 디자이너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Flos는 브랜드 철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형 언어를 하나의 통일된 세계관으로 묶어내기 때문에 컬렉션 내에서 이질감이 적습니다. 이 점은 다른 브랜드가 쉽게 구현하지 못하는 장점입니다.
마지막으로 Flos는 작은 조명 하나로 공간의 밀도를 바꾸는 브랜드입니다. Glo-Ball 단 하나만 켜도 방의 공기감이 변하고 Arco Lamp는 식탁 위에 걸어둔 펜던트 조명 이상의 존재감을 만듭니다. 이는 소비자가 가격이 높아도 플로스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나만 있어도 공간이 달라진다"는 확신이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Flos가 여전한 명성을 유지하며 요즘에도 꾸준히 팔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조형미, 완벽한 기술력, 압도적인 존재감, 그리고 다른 명품 브랜드와 구별되는 예술적 철학 덕분입니다.
Flos는 단순히 조명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빛을 통해 공간을 재구성하고 감정을 디자인하며 사용자의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브랜드입니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플로스는 단 한 번도 철학과 품질을 쉽게 타협하지 않았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빛의 언어를 만든 브랜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명을 만든 것이 아니라, 빛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
- Flos 플로스 -